9/25/2016

초월적 경험의 장소로서의 몸 그리고 흔적들_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초월적 경험의 장소로서의 몸 그리고 흔적들

김영미 작가는 캔바스 작업으로부터 오브제 설치 영상 및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넘나들며 작업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사실 작가에게 있어서 장르의 구분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의 회화는 퍼포먼스의 결과물이며 영상작업은 이 과정을 기록한 것이고 오브제와 설치작업은 작업 과정에 필요한 공간을 구성하는 과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미 작가는 캔바스 작업에서도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 빗자루나 천 조각 등의 물체에 물감을 묻혀 던지거나 때리는 행위를 한 결과물을 사용하여 작업을 완성해 나간다. 작가의 작업에서 추상표현적 결과물들은 액션페인팅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잭슨 폴록의 액션페인팅에서 드리핑하는 과정이나 김영미 작가의 행위에 의한 작업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보인다. 그것은 의식보다는 무의식과 연결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며 작업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몰입의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에서 보였던 자동기술법에 의한 작업들과도 일부 비교할 수 있는 지점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 방식은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성이나 의식작용에 의해 포착될 수 없는 세계를 직관적으로 경험해 왔고 그것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최대한 의식작용이 배제되어야 했고 한걸음 더 나아가 무의식 상태와 같은 몰입의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영미 작가의 작업은 의식의 세계를 넘어서서 무의식의 경계 면을 넘나들면서 이성의 판단으로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안내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것은 그의 종교적 경험일 수도 있고 무의식 차원에서 만나게 되었던 원형적 감각과 같은 세계일 수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Be Born Again”이라는 명제를 그의 전시 주제로 제시하였다전시장에서는 벽면을 단위로 하여 사람들의 모습들로부터 해지는 광경을 거쳐 불꽃 나무그리고 다시 태어나다라는 작은 소주제의 작업들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특정한 서사를 구성하여 시간이 흘러가듯 순차적으로 나열시키고 있다. 캔바스 작업뿐만 아니라 오브제 설치 등의 방식이 혼성적으로 표출되어 있는 전시장은 엄숙해 보일 정도로 정돈되어 있음에도 그의 작업 결과물마다 남겨진 흔적들에는 그가 몰입하여 행위를 하였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감이 던져지고 흔들거리고 파동치고 있는 현장은 장르적 구분이나 이론적 해석을 넘어선 초월적 경험의 순간에 대한 흔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작업으로 완성된 그것은 단순히 물질적 그것이 아니라 의식의 차원을 넘어선 세계에서의 초월적 경험을 한 현장으로서의 그곳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바라보고 있는 세계는 단순히 물질로서의 그것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것이기에 그저 그리기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대신 비물질적인 의식의 흐름으로부터 드러난 행위들이 일어났던 현장으로서의 그곳과 그 흔적들을 작업이라는 과정을 통해 모아두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작가가 말하는 “Be Born Again”은 이처럼 인간의 이성적 의식 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초월적 경험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의 작업방식을 이해하게 되면 작가가 제안하는 것이 물질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질적 변화이자 초월적 변이에 대한 이야기임을 직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작업을 보는 이들은 작가가 경험했던 세계로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작업 맥락에 접근해 가면 그가 제시하는 세계가 어떠한 방향에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은 물질의 세계와 가시적 세계에 근거하여 그것을 경험하고 그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김영미 작가는 비물질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두 세계의 간극은 사실 연결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두 가지 세계 모두가 경험이 가능하고 그 경험은 자신에게 있어서는 모두 몸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다시 몸으로부터 표현도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몸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의 흔적을 남겨놓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는 비물질적이고 비가시적인 초월적 경험을 하게 된 몸이라는 지점을 정점으로 하여 바로 그곳에서 경험의 순간을 절묘하게 뒤집어 냄으로써 그 경험을 가시 세계로 이를 끌어내고 물질의 세계에 끌어들여 이제 그것을 흔적으로 남겨놓고자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작가는 이 불가능해 보이는 두 세계의 연결지점으로서의 몸에 주목하고 여기에 몰입하여 그 흔적을 이 곳 전시장에 다시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작가가 전시하고 있는 이 전시장이라는 곳은 어쩌면 다시 태어남이라는 초월적 경험의 현장이 될 수도 있을는지 모른다. 그가 몸으로 경험했던 흔적들을 의식의 경계를 넘어서서 감각하게 될 수 있을 수만 있다면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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